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2탄|중국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키웠는데, 현대차·기아는 무엇을 놓쳤나?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2탄|중국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키웠는데, 현대차·기아는 무엇을 놓쳤나?

전기차 기술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한국 제조업에 던지는 경고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순수전기차와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 기술력을 발전시켜 왔고, 세계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순수전기차와 일반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을까?

단순히 중국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기술력의 차이보다 시장을 바라보는 전략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번 2탄에서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놓쳤을 가능성이 있는 시장 기회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려 한다.

■ 1. 숫자가 보여주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고민

먼저 기아의 2025년 글로벌 판매 실적을 살펴보자.

기아가 공식 발표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다음과 같다.

구분2024년2025년증감률
일반 하이브리드36.7만 대45.4만 대+23.7%
순수전기차20.1만 대23.8만 대+18.9%
플러그인 하이브리드7.1만 대5.7만 대-19.4%

자료: 기아 2025년 연간 경영실적 발표. 글로벌 소매판매, 반올림 수치.

이 통계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일반 하이브리드 판매는 크게 늘었고 순수전기차 역시 성장했다.

그러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는 오히려 감소했다.

기아의 전체 판매에서 PHEV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2.4%에서 2025년 1.8%로 낮아졌다.

물론 이 통계만으로 현대차·기아 전체가 세계 PHEV 시장에서 뒤처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기아의 판매구조에서는 PHEV가 성장의 중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은 어떤 기술을 보유했느냐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 2. 중국은 소비자가 당장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중국 자동차업체 BYD는 순수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대표적인 기술이 DM-i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관심이 높지만, 모든 지역에서 충전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장거리 이동이 잦거나 충전환경이 부족한 소비자에게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대안이 된다.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판매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약 15%에서 2024년 약 30%로 높아졌다. 이 수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제외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중국 업체들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주요 상품으로 확대해 왔음을 보여준다.

다만 2025년에는 중국에서도 순수전기차 판매가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PHEV 시장이 계속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중국 업체들은 소비자가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이 점은 한국 자동차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3. 한국은 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않았을까?

현대차와 기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은 있다.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등 일부 차종은 해외 시장에서 PHEV 모델로 판매되어 왔다.

따라서 기술 자체가 없었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PHEV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첫째, 순수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

둘째,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해당 차종의 생산과 공급 확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셋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탑재하기 때문에 원가와 생산구조 측면에서 별도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요인이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에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 업체와 중국 업체가 전동화 시장에서 서로 다른 제품 확대 전략을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국 자동차업계가 앞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때 한 가지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확신만큼이나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 4. 현대차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준비하는 이유

현대자동차도 전동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6년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2027년 상반기부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첫 모델 가운데 하나는 싼타페 EREV이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목표 총주행거리는 600마일 이상이다. 다만 이는 출시 전 목표치로, 실제 주행 성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REV는 일반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구동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엔진을 활용해 충전 및 주행거리 부담을 줄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전략은 순수전기차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소비자 수요에도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시장 변화에 뒤늦게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대차는 이미 2024년부터 EREV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제품 출시와 판매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 개발 계획과 시장 경쟁력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 5. 더 큰 문제는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다

나는 이번 자동차산업의 변화에서 특히 중소 부품업체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현대차와 기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많은 1차, 2차, 3차 협력업체가 부품을 공급하며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완성차업체의 기술 전략이 바뀔 때마다 협력업체들은 새로운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순수전기차 생산이 확대되면 엔진과 변속기 관련 부품의 수요구조가 변화한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전력전자 부품을 함께 활용한다.

동력원에 따라 필요한 부품과 기술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설비 하나를 교체하는 데도 상당한 자금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겹치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업체가 전동화 전략을 변경한다면 협력업체에도 충분한 준비기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완성차업체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중소 부품업체들의 생존과 기술 전환 능력도 중요하다.

완성차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더라도 그 성과가 국내 부품업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 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모든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자동차는 아니다.

정기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연료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탑재하는 구조 때문에 차량 중량과 제조원가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실제 전기 주행 비중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진다.

실제로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PHEV의 실제 도로 주행 배출량이 시험 기준에서 예상한 수준보다 높게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순수전기차를 포기하고 PHEV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역별 충전환경과 소비자 수요, 차량 가격, 환경규제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다.

순수전기차가 유리한 시장에서는 전기차를 확대하고, 충전환경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PHEV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한 가지 기술에 대한 고집이 아니라 유연한 대응 능력이다.

■ 7. 결론 — 한국 자동차업계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로, 다시 순수전기차로 기술을 발전시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순수전기차와 일반 하이브리드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PHEV 판매 확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까?

나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미래 기술에 투자하되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세계 각국의 충전환경과 구매 여건에 맞는 자동차를 공급해야 한다.

셋째, 자동차산업의 기술 전환 과정에서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자동차산업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시장을 읽는 경쟁이다.

중국 업체들이 PHEV 시장을 키우는 동안 한국 업체들은 어떤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자동차를 제때 공급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하려면 기술 개발과 함께 시장의 변화를 읽는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1. 국제에너지기구(IEA), Global EV Outlook 2025, 중국 PHEV 판매 비중과 시장 동향

  2. 기아, 2025년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 발표, 동력원별 글로벌 판매량

  3. 현대자동차, 2026 CEO Investor Day, EREV 출시 및 생산계획

  4.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Plug-in hybrid vehicle market trends and policies in China,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2025년 11월

※ 본 글은 공개된 판매 통계와 공식 발표를 기초로 작성한 산업 분석입니다. 기술력의 절대적인 우열보다는 제품 구성과 시장 대응 전략의 차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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