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을 자꾸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


 60대에 후회하지 않도록 2탄 — 나를 위한 시간을 자꾸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생각해보면 참 자주 했던 말이다.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운동을 시작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여행도 가고, 바쁜 일이 끝나면 친구도 만나겠다고 했다.

그 말을 할 때는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당장 눈앞의 일이 급했고, 먼저 써야 할 돈이 있었고, 챙겨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를 끝내고 나면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력을 넘기다가 문득 놀란다.

‘올해도 벌써 이렇게 지났네.’

그러고는 연초에 마음먹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걷기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 책 한 권 읽겠다는 계획, 얼굴 한번 보자고 했던 친구.

큰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일들조차 뒤로 밀려 있다.

마흔과 쉰을 지나며 아쉬운 건 시간이 빠르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마음을 너무 자주 뒷순위에 놓았다는 것이다.

주말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밀린 집안일이 눈에 들어온다. 세탁기를 돌리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 오면 어느새 오후다.

잠깐 앉아 쉬다가 저녁을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면 이상하게 서운하다. 분명 하루 종일 무언가를 했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런 날에는 달력에 내 약속도 하나 적어두면 어떨까.

토요일 아침에는 동네 한 바퀴 걷기.
일요일 오후에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기.
이번 달에는 보고 싶었던 친구 만나기.

누군가와 한 약속에는 늦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나와 한 약속은 너무 쉽게 취소해왔다.

이번에는 그 시간을 조금 지켜주고 싶다.

그렇다고 현실을 잊고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활비도 필요하고, 책임져야 할 일도 있다. 마음먹는다고 당장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다만 내 삶을 챙기는 데 반드시 큰돈이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멀리 떠나는 여행이 어렵다면 가까운 공원을 걸어도 된다. 비싼 취미가 부담스럽다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한 시간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좋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보내면서까지 “지금 이럴 때인가” 하고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편안해지는 시간도 생활에 필요한 시간으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이 있다면, 이제는 한번 시작해보자.

나이가 들수록 처음인 일을 앞에 두고 망설이게 된다.

잘 못하면 민망할 것 같고, 어린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질까 걱정된다. 괜히 시작했다가 돈과 시간만 쓰는 건 아닐지 계산하게 된다.

그래서 해보지도 않은 채 마음속에서 끝내버린 일이 있을 것이다.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악기 하나쯤 배워보고 싶었는데.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주 작게라도 해보면 좋겠다.

글을 쓰고 싶다면 오늘 기억에 남은 일을 몇 줄 적어보는 것이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수업 시간과 비용부터 알아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이 무겁다. 오늘은 알아보고, 다음에는 한번 해보는 정도로도 괜찮다.

예순의 내가 돌아봤을 때 아쉬운 건 서툴렀던 모습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눌러두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매일 의욕이 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며칠 열심히 하다가 귀찮아질 수도 있고, 기대만큼 늘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다. 바빠서 한동안 손을 놓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역시 나는 안 돼”라는 말로 끝내지는 말자.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된다. 계획이 너무 컸다면 줄여도 된다. 남의 속도에 맞추느라 내가 좋아했던 일까지 싫어질 필요는 없다.

긍정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런 순간에 내게 건네는 말과도 닿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는 못 했네. 주말에 조금 해보자.”

안 된 일을 인정하면서도 다음 기회를 남겨두는 말.

살다 보면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는 조금씩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미루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있다.

고맙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그때는 미안했다는 말.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여겼다.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해야지 했다가, 막상 만나면 밥 먹고 근황을 나누느라 또 지나쳤다.

오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짧게 연락해보자.

“별일 없지? 문득 생각나서 연락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 꼭 특별한 소식이 있어야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 열심히 살자는 다짐 속에 이런 일들도 함께 넣었으면 좋겠다.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
내 형편에 맞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
몸을 돌보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 모두가 내 삶에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예순이 되었을 때 통장이나 경력만 들여다보며 지난날을 돌아보지는 않을 것 같다.

어느 날 친구와 오래 웃었던 기억, 서툴게 배운 것을 끝내 해냈던 순간, 걷다가 하늘이 좋아 잠깐 멈춰 섰던 오후도 떠오르지 않을까.

그런 기억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 사이에, 나도 즐겁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오래 미뤄둔 일 하나를 꺼내보자.

운동화를 신어도 좋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도 좋고, 배우고 싶던 수업을 알아봐도 좋다.

그러다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내일 다시 챙겨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해야 할 일을 참 많이 하며 살았다.

이제는 그 일정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나쯤 넣고 살아가자.

예순의 내가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고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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